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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광사 작성일17-01-02 11:12 조회4,7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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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까지는 행복했어요”

대광사에 북카페를 만들었다. 불자는 물론 지역민들이 자유롭게 찾아와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북카페이니 당연히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 구비되어 있고 솜씨 좋은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와 각종 차도 마실 수 있다. 마당으로 불곡산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어 평일에나 주말에나 심심찮게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보니 북카페도 인기가 좋다. 북카페를 만든 목적은 불자들이나 지역민들에게 휴식과 소통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요즘 나는 이 북카페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대화를 나눈다.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북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귀해지고 있다. 자칭타칭 ‘카페 마담’이 된 것이다.

어느 주말 오후에 한 아이를 만났다. 눈이 똘망똘망한 여자 아이는 아홉 살이라고 했다. 그 아이의 부모는 북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당에서 동생(6살)과 폴짝폴짝 뛰노는 아이에게 “너는 지금 행복하니?”하고 물었다.

“저요? 다섯 살까지는 행복했는데 그 뒤로 지금까진 안 행복해요.”

똑 부러지는 아이의 대답은 놀랍다 못해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홉 살짜리 여자 아이에게서 그런 대답을 들을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순간 나는 다섯 살이라는 나이가 무엇의 경계선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어린 숙녀는 여섯 살부터 유치원을 갔을 것이고, 여덟 살에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을 것이다. 물론 그 사이 이런저런 학원을 다녔을 것이고, 이런저런 학습활동에 시달렸을 것이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이미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득 안고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 아이의 동생에게도 “너는 행복하니?” 하고 똑같이 물었다.

“저는 아직은 행복한데요?”

세상에 맙소사! ‘아직은’ 이라는 말이 그렇게 크게 들린 적은 없었다. 아직은 행복하다니, 이제 곧 행복이 끝나고 고생길로 들어갈 운명(?)을 알고 있다는 듯한 여섯 살 꼬마의 어투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자매의 대답은 지금도 생생하게 뇌리에 박혀 있다. 아이들의 무심한 말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지 않는가? 그 대답은 그 아이들만의 대답이 아닐 것도 자명하지 않은가?

나는 주지 소임을 맡은 절에서 유치원을 개원한 경험이 있다. 모두 4곳에서 유치원을 개원해 운영했는데, 그때마다 교사들에게 “아이들에게 글자나 숫자를 가르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그때 나는 공부가 스트레스가 된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제도나 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스트레스 없이 자연스럽고 즐겁게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싫증나게’ 공부시키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교육학에서 말하는 ‘프로젝트 접근법’에 입각한 학습과정을 장려했고 유치원마다 성공적이었다. 지금도 그 유치원들은 지역의 명문이 되어 있다.

응병여약(應病與藥)이라는 말은 ‘병에 따라 적절한 약을 쓴다’는 뜻이다. 부처님은 인류역사에서 이 응병여약을 가장 잘 하는 성인이었다. 그래서 ‘대의왕(大醫王)’이라는 별칭도 있다. 부처님은 항상 듣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맞춤식 교육’을 했던 것이다. 우리의 아홉 살이 공부 때문에 불행을 호소한다면, 우리의 교육정책은 응병여약은 커녕 어디가 왜 아픈지 진단조차 잘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오늘날 교육현장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교육의 질적 향상 보다는 교육환경의 변화가 더 무섭고 가파르다. IMF 이후 저출산 시대의 여파가 대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반세기가 넘도록 정답을 찾지 못한 교육 정책이 하루아침에 최적화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여섯 살 아이가 “아직은 행복해요.”라고 말하고, 아홉 살 아이가 “다섯 살까지만 행복했어요.”라고 말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어른들이 말이다.

월간 금강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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